4월 20일에 학교로부터 어떤 문자를 받았다. 대충 내용은 내가 국가우수장학금(이공계) 재학중우수자 전형 지원 대상자이니, 관심 있으면 22일까지 지원서를 써서 내라는 것이었다. 스노위(학교 커뮤니티) 공지사항을 읽어보니 첨부된 지원서만 작성하여 제출하면 지원 끝이고, 선발될 경우 졸업할 때까지 매학기 무려 전액 장학금을 주겠단다. 나라에서 1,800만원을 주겠다는데 관심이 안생길 리가... 2학년 2학기에 역대급 성적 찍고, 그 이후로 다시는 성적으로 전액장학금을 못받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주시겠다니 너무 소중한 기회였다. 학기 중에 개발도 하고 싶고, 또 성적으로 장학금은 타야겠어서 고민이었는데, 국가우수장학생으로 선발되면 장학금에 대한 부담감이 확연히 줄어 내 미래에 좀 더 투자할 시간이 생길 것 같았다. 물론 성적으로 뽑힌 장학생이니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은 꾸준히 받아야 한다.
'국가우수'라는 말에 잔뜩 신나서 부모님께 문자를 보여드리니 당장 지원 안하고 뭐하냐고 하셨다. 쭈굴쭈굴해진 상태로 지원서를 확인해 보니, 이름, 학번, 연락처, 전공 등의 개인정보와 서명란이 있었다. 다 작성하는 데까지는 3분도 걸리지 않았다. 지원서 작성하고 제출한 뒤에 학생지원센터에 제출 잘 됐는지 확인 전화까지 마치고 나니 갑자기 의구심이 들었다. 나름 국가우수장학생 선발 지원인데 이렇게 지원서가 하찮아도 되나 싶었다. 아무리 1차 선발은 학교 재량껏 진행한다지만 작년에는 그래도 교수님 추천서라도 받았다는데 뭐지 싶다. 다른 학교는 학업계획서도 받았다고 한다. 우리 학교는 정말 성적만 보고 뽑았나보다.
이틀동안 혹시나 떨어질까 바들바들 떨며 기다리다가 1차 선발 결과 발표가 나는 23일, 부모님과 나는 기다리다 지쳐 결국 오후 4시 쯤 학생지원센터로 전화하여 결과 발표가 났는지 물어봤다. 5시 조금 넘어서 문자로 알려주신다 한다. 결과는 합격. 이제 전인적 인재 성장 계획서를 작성해야 했다.
전인적 인재 성장 계획서 얘 진짜 쓰기 힘들었다. "나는 국가에서 인정한 개천재이며, 이런 나는 여태까지 이렇게 헌신하는 삶을 살았고, 앞으로는 어떻게 살 것이며, 나라에 이런 식으로 기여하는 삶을 살겠다"는 내용을 적어야 한다. 더 담백하게 얘기하자면, 내 과거/현재/미래를 헌신과 기여에 중점을 두고 설명해야 한다. 보통 나는 자기소개서나 학업계획서를 쓰기 전에 해당 단체가 원하는 인재상을 알아보고 거기에 맞는 자아를 대충 만들어 갈아낀 다음 글을 작성하는데(이렇게 쓰시는 분들 많을듯), 이런 계획서는 처음이라 참.. 당황스러웠다. "나는 국가인재다"라고 자기암시만 이틀동안 한 것 같다. 그러니 뭔가 글이 써지더라.
대충 어떤 얘기를 적었는지 말해보자면, '과거'에는 남을 도울 목적으로 만들었던 몇 개의 프로젝트 개발 경험을 적었고, '현재'에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학회와 동아리 활동을 통한 지식 공유 + 장학금 탈 시 하고싶은 봉사, '미래'에는 어떤 대학원에 가서 어떤 분야를 공부하고 싶고, 이 기술로 나라에 머시기한 방식으로 기여하고 싶다는 내용을 적었다. 다른 후기들 보니까 이걸 한시간만에 뚝딱 쓰신 분도 계시던데, 그 분은 정말로 국가인재신 것 같다.
5월 20일, GDSC 딥러닝 스터디 과제하다가 왠지 느낌이 요상해서 한국장학재단 사이트에 들어가봤더니 결과가 나와있었다. 결과는 합격... 장학금 지급 준비 상태라고 한다. 송가인이 전국 순회 공연하듯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께 전화 싹 돌렸다. 칭찬 한가득 듣고 나니 뿌듯했다. 장학증서도 주는 것 같던데, 받는 대로 사진 찍어 이 글에 첨부하겠다. 9월 초에 드디어 받았다!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요약해 보자면, 1학년 1학기부터 2학년 2학기까지의 평균 학점을 바탕으로 1차 지원자를 선발한 다음, 학교 자체의 평가 방법(보통 학업계획서를 받는다고 한다. 우리 학교의 경우 노빠꾸 성적 100%)으로 각 학교별로 할당된 수만큼의 합격자를 선발한다. 이후 2차로 한국장학재단에 전인적 인재 성장 계획서를 제출하는데, 이것으로 지원자의 합/불을 가른다기 보다는 앞으로 지원자의 소속 학교에서 몇 명의 장학생을 선발할 지 결정하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 사실상 장학금 수혜 여부는 1차에서 결정된다고 봐도 될 것 같다.
혹시나 이 글을 보고 있는 1, 2학년 분들은 좋은 학점을 유지하여 이 장학금을 노려보자. 졸업 후 일정 기간 이상동안 IT 관련 산학연에서 근무해야 하고, 어느 수준 이상의 성적을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2년 전액 장학금을 받을 기회는 정말 흔치 않다. 우리 학교는 이번엔 비록 치사하게 성적만 보고 선발했지만, 학업계획서나 포트폴리오 등 다른 조건을 같이 보는 경우도 많다 하니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 등을 잘 찾아보고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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