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재미있었던 2학년 1학기와는 다르게, 2학년 2학기는 우울하고 무기력하게 시작됐다. 여름방학 때 건강을 신경쓰지 않고 밤샘코딩-늦잠 루틴을 반복하다 보니 몸이 상할 대로 상해있었고, 내가 잃은 체력에 비해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는 것 같이 느껴져 굉장한 무력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개강 뒤 2주동안은 온전히 생활 루틴을 정상적으로 되돌리고 잡생각과 걱정을 하지 않는 데에 집중하려 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리눅스시스템 중간고사 하루 전에 2학년 1학기를 되돌아보는 회고록을 작성했던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내가 허튼짓하며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았구나, 나 그래도 꽤 열심히 살았네?' 하는 확신이 필요했다.
이번에도 2학년 2학기가 시작될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한 감정이 다시 찾아왔다. 다른 점이라면, 그 때에는 "난 왜 한 것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이렇게 힘들지?" 였다면 지금은 "벌려둔 일이 너무 많은데 이걸 언제 다 정리하지? 모두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다. 그래서.. 저번에 했던 것처럼 똑같이 나의 2학년 2학기 활동을 돌아보며 내가 무엇을 했는지, 내가 무엇 때문에 또 이렇게 막막하고 힘든 건지 되짚어보고 다시 나에 대한 확신을 얻어가려 한다.
DSC Sookmyung Member 지원과 Core Member 승격 + Algorithm Study Lead
1학년 때 우연히 쟈미님의 구글 코리아 방문기(jyami.tistory.com/7)를 읽고 DSC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우리 학교에 DSC가 없다는 게 슬펐고, 없으면 내가 만들자! 하는 마음에 여기저기 열심히 검색해 봤지만 이미 Lead 모집 기간은 한참 지난 시점이었다. 설령 Lead 모집 기간이었다 하더라도 1학년 때의 나는 할 줄 아는 것은 Python과 C 조금, 백준 브론즈 ~ 실버 난이도 문제 풀기가 전부였기 때문에 떨어졌을 거다.
DSC에 대한 미련을 잊고 열심히 살아가던 중에, 에브리타임 학과 게시판에서 DSC Sookmyung Member, Core Member 모집글을 발견했다. 고민도 안하고 게시글을 발견한 그 자리에서 바로 노트북 켜고 지원서 작성해서 제출했던 것 같다. 'Core' 단어에서 오는 쩌는 아우라 때문에 코어 멤버로 지원할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러기엔 내 실력이 한참 모자르다는 생각에 멤버로 지원했는데, 면접 중에 리드님께서 코어 멤버로 함께할 생각은 없냐고 여쭤봐주셨고, 나는 한 3초 정도 고민하는 척 하다가 그렇게 된다면 저야 영광이라고 대답했다. 😎
코어 멤버들은 각자 잘하는 분야를 하나씩 맡아 스터디를 진행하는데, 나는 알고리즘 스터디를 맡게 되었다. 서류와 면접에서 알고리즘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걸 어필했었는데, 그 점을 기억해주신 것 같았다.
코딩 테스트를 목적으로 알고리즘 스터디에 참여하시는 분이 대부분이었는데, 막상 스터디 리드인 나는 2학년이라 코딩 테스트 준비를 해본 적이 없어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도 코딩 테스트에 어떤 유형들이 자주 나오는지 여기저기 물어보고 검색해본 결과로 커리큘럼을 구성했고, 스터디가 끝난 뒤 나에게 개인적으로 스터디 커리큘럼에 만족한다는 의견을 많이 주셔서 뿌듯하다.
DSC 활동이 어느덧 4개월 차로 접어들고 있는데, 이 짧은 시간동안 DSC Sookmyung의 일원으로서 많은 것을 느꼈다. 우리 학교에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많았구나, 협업은 이렇게 하는 거구나, 나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구나 등등.. 특히 나를 제외한 다른 코어 멤버 언니들과 리드 언니를 보면서 가장 많은 동기부여를 받는다.
2020 학생교육혁신단 최우수상 수상
친한 언니, 알고스 친구들과 함께 전공 스터디 팀을 꾸려 진행하던 중 친구의 제안으로 정말 얼떨결에(나는 당시 아무 생각이 없었었다) 2020 학생교육혁신단 대회에 나가게 되었다. 학교에 새롭게 도입되었으면 하는 제도나 수업, 비교과 활동을 제안하는 아이디어톤같은 대회였다.
우리 팀은 NHN 커넥츠재단의 부스트코스, 우아한 테크코스, 카이스트의 몰입캠프를 밴치마킹한 숙명의 부트캠프인 '숙명 TECH 캠프'를 기획했다. 학교 커리큘럼이 실무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 많은 학우들이 공감하고 있어서,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나온 아이디어다.
사실 이 문제는 우리 학교의 문제가 아닌 우리 '학부'의 문제점이기 때문에, 심사위원 분들이나 다른 전공을 가진 학우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래서 발표자료를 만들 때에도 설문조사 결과(응답자 대부분이 소프트웨어학부 전공생이었다)를 강조하여 제작했고, 우리에게 왜 숙명 TECH 캠프가 필요한지 강조하는 데 심혈을 기울었다. 그 덕분에 많은 분들의 공감을 얻어내어 이렇게 최우등상을 받을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준비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무임승차하는 팀원 없이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준 덕분에 지치지 않고 좋은 결과를 얻어낸 것 같다. 그리고 우리의 아이디어에 관심을 가지고 설문에 응답해준 약 400명의 학우들과 응원의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ICPC Sinchon Organizer 활동
이번 학기 나를 가장 괴롭게 했던 활동이 아니었나 싶다. 총괄진끼리 조금이라도 친분이 있으면 그래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회의를 진행할 수 있었을 텐데, 코로롱 때문에 서로 얼굴도 모르는 채로 무거운 분위기에서 회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 슬펐다. 또, 캠프에 몇 명이 참가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예산을 짜고 스터디와 대회를 기획한다는 것이 너무 불안했다. 다행히도 Naver D2와 Kakao Tech를 비롯한 많은 기업에서 후원해주신 덕분에 캠프 준비는 성공적으로 마쳤고, 스터디도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요즘은 총괄진끼리도 꽤 친해져서 전보다 훨씬 가벼운 분위기에서 회의한다. 심지어 자의적으로 모여서 회의하기도 한다. 🤭
대회와 모의고사도 아무 문제 없이 잘 끝났으면 좋겠다.
학점 4.3 / 4.3, 석차 1등과 최우등생 선발
초등학교 2학년 때 올백 한 번 맞아보고 내 인생에서 올백, 올1등급은 1도 없었는데 올에이쁠을 받았다. 뭘까?
대면으로 진행하는 수업 들으면서 얻은 4.3이면 뿌듯해 죽을 것 같을텐데, 그냥 한 학기 내내 나가지도 못하고 방안에 콕 박혀서 컴퓨터랑 볼펜 붙잡고 끄적이며 공부한 게 전부니 기대했던 것만큼 엄청 기쁘지는 않다. 기쁘긴 한데.. 좀 그렇다. 2020 롤드컵 때 쇼메이커 선수가 관중이 없어서 그런지 대회가 아니라 그냥 힘든 솔로랭크 한 판 진행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던 인터뷰가 생각난다. 나도 지금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 과탑이 맞긴 맞는데 뭔가.. 현실세계 과탑이 아니라 무슨 심즈4 대학교 확장팩 안에서 과탑한 것 같은 느낌이다.
정말로 기뻤던 것은 내 학점이 4.3이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최우등생으로 선발되었다는 것이다. 우리 학과의 전체 학년을 대상으로 160명당 1명을 선발하는데, 거기에 내가 선발되었다. 겨울방학 끝날 즈음에 총장님 성함이 적힌 총장상을 받을 예정이다. 이건 좀 뿌듯하다! 이예이🥳
나.. 정말 열심히 살았구나! 올해도 열심히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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