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 일했다
스타트업을 다니면서 참 위아래로 폭넓은 경험을 했다. 지금은 10개월 간의 추억을 안고 퇴사했다.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은 내가 기대했던 회사생활은 아니었다. 대학원에 들어가기 전 개발자로서의 생활에 미련갖지 않기 위해서 스타트업에서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별다른 고민 없이 좋다고 말씀드렸다. 회사를 나올 때쯤 되면 대학원에 갈 지 아니면 개발자로 계속 일을 할 지 결정을 내리겠지 싶었는데 입사하기 전보다 더 모르겠다. 회사에서 나의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인정받고 칭찬해주신 덕분에 개발자로 계속 일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자꾸 대학원에 가고싶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문제는 내가 대체 대학원에 가서 뭘 하고 싶은지를 모르겠다. 공부하고 싶은 분야도 한 개가 아니고, 내가 그걸 잘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왜인지 내가 그 분야의 석사 학위를 따면 평생 그 분야에만 있어야 할 것 같다. 상식적으로 2년 더 공부한다고 그 분야의 엄청난 마스터가 되는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졸업까지 1년이 남았으니 이제 슬슬 결정할 때이긴 하나 딱 한 학기만 더 굴러보고 결정할란다. 대학원에 계신 분들을 많이 만나보고 조언을 구해봐야겠다.
사회생활은 만만치 않다는 걸 느꼈다
회사에서 매일 반나절을 다양한 나이대의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과 지내다 보니 나도 몰랐던 내 성격들이 보였다. 장점도 있었지만 단점이 유독 크게 느껴졌다. 우섯 첫번째로 거짓말을 못한다는 건데, 선의의 거짓말도 입 밖으로 안 나온다. 정확히 말하자면 할 수는 있는데 하기까지 5초 정도의 고민 시간이 필요하다. 두번째로 나는 표정관리를 못한다. 첫번째나 두번째나 솔직하다는 점에서 같은 특징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게 친구 사이에서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회사 동료를 상대할 때에는 굉장한 단점으로 느껴졌다. 세번째로 내가 회피형 인간이라는 것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그 전까지는 내가 설마 회피형 인간은 아니겠지? 하며 의심만 해왔으나 회사를 다니고 스트레스를 이곳저곳에서 많이 받는 환경에 놓이다 보니 내가 누군가와 싸운 적도, 말다툼한 적도 거의 없었던 이유가 내 성격이 좋아서가 아니라 내가 싸움을 피해왔던 것이었다는 걸 알았다. 이걸 깨달은 뒤로 잠깐동안은 '그래도 싸워서 트러블 만들고 스트레스 받을 바에 내가 참고 떠나는 게 낫지 않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좀 더 생각해보니 그냥 한 번 부딪히고 서로 깔끔하게 풀 거 풀고 마음의 응어리 없이 지내는 게 내 정신건강과 상대방의 정신건강에도 좋겠다 싶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드럽게 예민하다. 특히 시각적, 청각적으로 예민하다. 옆사람이 다리를 떨기 시작하면 내 모든 집중은 달달 떨고 있는 그 사람의 다리로 향한다. 아침에 눈썹을 덜 다듬어서 관자놀이 쪽에 눈썹 털 하나가 살짝 삐져나와있으면 하루종일 집에 가서 그 털 뽑을 생각만 한다. 급하게 누군가 만든 포스터의 글자 간격이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숨이 턱 막힌다. 나는 그냥 개복치인가 보다. 일단 2022년에는 내가 고쳐야 할 것들을 알아냈으니, 2023년에는 하나씩 고쳐보도록 하자.
블로그 운영을 잘 못했다
개발 블로그 쓰라고 여기저기 홍보하고 다니는 사람이 정작 본인은 몇 달에 한 번 글 올리고 있다니 부끄럽기 짝이없다. 하지만 노션에는 꾸준히 이것저것 적어놨다. 다만 티스토리의 마크다운 호환성이 진짜 별로라 노션 글 옮겨서 티스토리에 올릴 때마다 한숨만 나온다. 아예 블로그 플랫폼을 바꾸던지 아니면 노션 페이지를 티스토리로 깨지지 않고 업로드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야겠다.
대회에서 상을 탔다 & 구글과 인터뷰했다
우리 팀이 2022 Solution Challenge에서 Top 50 semi-finalist로 선정되었다. 구글이랑 비대면 인터뷰도 했다. 끝
운동을 시작했다
어느새부터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힘들어서 아무것도 못하겠더라. 그리고 거울을 보니 마른 돼지가 한마리 있길래 회사 동료가 받는 PT 선생님을 소개받아서 3개월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을 받게 되었다. 마른 돼지보다는 차라리 튼실한 돼지가 되고 싶었다. 3개월 PT의 결과는 꽤 마음에 들었다. 일단 허리가 펴져서 키가 커졌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168cm가 되었다. 1cm 언저리 커졌을 뿐인데 냉장고 문 열었을 때 보이는 뷰가 예전과는 다르다. 다만 거북목은 아직 해결이 안됐다. 또, 체력과 먹는 양이 동시에 늘었다. 가끔 내가 먹어치운 양을 보고 놀라기도 한다. 운동 시작하고 나서는 피곤하다는 느낌을 못 느꼈다. 덕분에 건강한 돼지가 되어가고 있다. 땀흘리는 걸 진짜 싫어해서 운동의 ㅇ도 안해왔기 때문에 20파운드도 무거워하는 날 보고 PT쌤은 내가 아픈 손가락이었다고 말씀하셨지만 어찌되었던 나는 뿌듯하다. 내가 운동을 다 하다니 나는 이제 싫은 일도 참고 해내는 참어른인가보다. 많이 컸다 남수연
소감
올해는 성장보다는 나 스스로의 가능성을 보고 확신을 갖는 한 해였다. 나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내면적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오랫동안 고민하던 것들에 대해 스스로 답을 낸 해이기도 하다. 2022년에 배운 것을 잘 기억해서 2023년에는 크게 도약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날 소중하게 여겨주는 사람들이 주는 사랑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감사한 것들은 크게 표현하고 속상한 일들도 털어놓을 줄 아는 마음도 몸도 건강한 2023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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